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법적으로 세입자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 권리를 사용하지 않고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이상한 현상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임차인들의 전략적인 판단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왜 외면받고 있을까?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는 임차인이 원한다면 추가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다만, 임대료나 보증금은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값이 치솟는 시기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서는 오히려 이 권리를 쓰지 않고 보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단순히 집주인에게 유리해서라기보다, 세입자들 스스로 장기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만든 현실
서울의 전세 시장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6·27 부동산 규제 이후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과 두 달 만에 10% 넘게 감소하면서, 원하는 지역에서 마음에 드는 전세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역세권이나 대단지 아파트처럼 수요가 몰리는 단지에서는 매물 자체가 귀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차라리 지금 보증금을 올리고 집을 지키자”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갱신권은 아껴두자”는 임차인들의 전략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세입자들이 지금 바로 쓰는 대신, 2년 뒤 더 심각해질지 모를 전세난에 대비해 아껴두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5% 인상 제한으로 3천만 원만 올리고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2년 뒤에는 지금보다 전셋값이 더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은 보증금을 크게 인상해 주더라도 향후를 위해 갱신권을 남겨두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계산입니다.
실제 거래 사례가 보여주는 흐름
서울 곳곳에서 보증금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올려 재계약하는 사례가 속속 나온다고 합니다.
최근 신문 기사에 따르면 마포구의 한 단지는 보증금을 9천만 원 인상했고, 강서구 마곡동에서는 무려 1억 4천만 원을 올려 갱신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결정은 단순히 집주인의 요구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입자들 스스로도 “지금 시장에서 새 전세를 구하기 어렵고, 2년 뒤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안정적인 거주를 확보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난을 키우는 공급 부족 문제
근본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5년 올해 약 4만 6천 가구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4천여 가구, 내후년에도 1만 가구 남짓으로 급감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치다 보니 앞으로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고, 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도 내년과 내후년 전세 시장을 두고 “역대급 전세난”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이 미리 대응 전략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점
세입자라면 단순히 현재의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시장 상황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보증금 증액을 감수할 것인지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특히 앞으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다는 전망이 뚜렷하기 때문에, 갱신권을 무조건 지금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금 상황, 원하는 지역의 수급 여건, 앞으로의 거주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일입니다.
불안정한 전세 시장과 현명한 전략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세입자들이 이를 당장 사용하지 않고,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전세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입자라면 단기적 안정을 확보하면서도 장기적 변화를 대비하는 균형 잡힌 선택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결정이 2년 뒤 주거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