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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 해결 사무소 만화책 표지 사진 서울문화사

책이나 만화를 읽다 보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 만화 ‘원한 해결 사무소’ (작가 : 쿠리하라 쇼우쇼우)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겉으로는 통쾌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복수의 파괴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심심풀이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푹 빠져서 단숨에 20권을 끝내버렸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만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솔직히 그림체도 제 취향은 아니었고, 권수도 꽤 많아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보다가 재미없으면 접지 뭐”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죠.

그런데 첫 화부터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잃은 남자의 절규, 그리고 그 분노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주인공의 냉혹한 태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고른 책이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집중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 권까지 멈출 수 없었습니다.

 

 

복수 대행업자 ‘우라미야’

주인공의 이름은 우라미야입니다.

일본어로 ‘우라미(うらみ)’는 ‘원한’을 뜻하죠.

말 그대로 그는 ‘원한 해결사’입니다.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그 원한을 풀어주지만 방법은 늘 잔인하고 비틀려 있습니다.

돈의 액수에 따라 의뢰 방식과 강도가 달라지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까지 희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는 단순한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넘어, “과연 복수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쿠리하라 쇼우쇼우 작가는 ‘원한 해결 사무소’ 외에도 사회 문제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만화가입니다.

특히 ‘리벤지맨’,  ‘교사노동기록’ 등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변주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습니다.

 

 

잔혹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들

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에피소드 형식입니다.

각 권마다 다양한 사연의 의뢰인이 등장합니다.

어떤 이는 직장에서의 모함 때문에, 또 어떤 이는 가족 문제 때문에, 그리고 어떤 이는 단순한 질투심 때문에 우라미야를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옆집 여자가 자기보다 저렴하게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는 이웃 이야기가 나옵니다.

겉보기에는 소소한 갈등이지만, 우라미야의 손을 거치면 상대는 결국 삶의 기반을 잃고 무너집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원한은 풀리지만, 남는 건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에 가깝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우라미야가 무고한 사람들까지 도구처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다른 의뢰에 끼워 넣어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든지, 분노에 눈이 먼 의뢰인을 잘못된 목표로 유도하는 식이죠.

이렇게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방식 때문에, 작품은 단순히 복수극에 머물지 않고 인간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한 해결 사무소 만화책 내지 사진 서울문화사
원한 해결 사무소 만화책 내지 사진 서울문화사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비추는 거울

‘원한 해결 사무소’는 단순히 복수의 재미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위선, 모함, 뒷담화, 음해 등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회사 내 정치 싸움, 가정 내 폭력, 이웃 간의 질투 등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특히 약자라고 여겨지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조차도 때로는 타인의 원한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약자라고 해서 반드시 선한 존재는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사람이란 결국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복수가 남기는 것

이 만화를 다 읽고 나면, 머릿속에 맴도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복수는 결국 두 사람을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원한의 대상뿐만 아니라, 복수를 실행하는 의뢰인 자신도 무너집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복수를 의뢰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뒤끝이 남거나 새로운 불행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 삶 속에서 ‘원한’이라는 감정이 결코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억울함이나 분노를 경험합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문제겠죠.

원한 해결 사무소는 잔혹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주지만, 독자는 결국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만약 내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킬링타임 이상의 의미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지만, 끝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시원한 복수극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더 깊게 보면 인간의 본성, 사회의 부조리, 복수의 무의미함을 곱씹게 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서는 정서적 차이와 잔혹한 내용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특히 무겁게 고민할 필요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 형식이라 술술 넘어가면서도, 다 읽고 나면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저 역시 “원한 사무소 같은 데 의뢰할 일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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